‘예(禮)’의 정신을 세계에 알릴 때 – 한국 예학서의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위한 첫걸음

지난 7월 10일, 한국유교문화진흥원 한국예학센터는 「한국의 세계기록유산과 한국예학서」를 주제로 제2회 전문가 세미나를 개최했다. 한국 예학서(禮學書)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가능성을 본격적으로 논의하는 뜻깊은 자리였다. 유네스코의 ‘세계기록유산(Memory of the World)’ 사업은 인류 공동의 기억을 지키기 위한 국제적 노력이며, 그 기준은 단순히 오래되고 희귀한 기록이라는 점을 넘어서, 인류 보편적 가치와 역사적 의미, 그리고 현재와 미래에 주는 영향력에 있다.

그렇다면 ‘예학서’는 과연 이 기준에 부합할 수 있을까? 예학은 단순한 의례의 집합이 아니다. 그것은 인간관계의 질서를 정립하고, 공동체의 지속가능한 윤리를 실현하는 철학이다. 조선시대에 꽃피운 한국 예학은 단순히 중국 고전의 수용을 넘어서, 한국적 실천윤리와 공동체 지향의 이념을 체계적으로 담아낸 독자적 지적 유산이다.

이번 세미나에서 발표된 바와 같이, 한국국학진흥원의 경험,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의 등재 전략은 모두 예학서 등재 추진에 실질적인 로드맵을 제공해주고 있다. 특히, 다년간의 국제 협상과 이의 제기를 돌파한 경험은 앞으로 한국 예학서가 마주할지도 모를 외교적 난제를 대비하는 데 큰 참고가 될 것이다.

한국유교문화진흥원이 수년간 정리해온 예학서 목록은 방대한 자료적 가치와 함께, 한국 사회가 어떻게 공동체 규범과 도덕을 제도화해왔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문화적 증거다. 이는 인류가 당면한 ‘공동체의 위기’, ‘도덕적 기반의 약화’라는 문제 앞에서 한국의 유교적 실천정신이 줄 수 있는 해답을 제시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준다.

물론 도전도 만만치 않다. 중국 등 타국의 이의 제기 가능성, 국제사회에서 예학에 대한 이해 부족, 복잡한 등재 절차 등은 현실적인 과제다. 하지만 세미나에서 제기된 바와 같이, 국제적 네트워크 강화, 학술적 공동연구, 그리고 무엇보다 ‘예학’의 가치를 현대적으로 풀어내는 스토리텔링 전략이 병행된다면 그 가능성은 충분하다.

기록유산은 단지 과거를 박제하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오늘의 인간에게 미래의 윤리를 묻는 일이다. 한국 예학서에 담긴 질서와 존중, 공동체 정신은 분열과 불신의 시대를 사는 인류에게 전할 수 있는 중요한 메시지다. 이제는 우리가 그 가치를 세계와 나눌 차례다. 예(禮)의 정신, 그 오래된 미래를 위해.

작성자 gbctv6